목포

나는 목포로 갔다. 목포는 처음가본 도시였다. 꼭 목포를 가고 싶은 것은 아니었다. 내가 모르는 곳이면 아무 곳이나 상관없었다. 그때는 탈출이라고생각했지만 그것은 도망이었다. 오후 1시에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여관을 잡았다. 성일여관, 간판이 나무로 되어있어서 마음에 들었다. 복도가 좁고 햇볕이 들어오지 않는 작은 여관이었다. 방의 커튼이 빨간색이었다.방을 잡고 나가서 술을 먹었다. 시작은 순댓국밥집에서 점심의 반주였다. 술은 술을 불렀다. 하얀 벽의 빨간 점이 기억난다. 술을 먹는데 접시만한크기의 빨간 점이 눈에 띄었다.

저벽에 빨간 점이 뭐죠? 주인에게 물었다. 하지만 주인은 내 손가락이 가리키는곳에서 빨간 점을 찾아내지 못했다. 다른 사람들도 보지 못했다. 결국, 나만 볼 수 있게 내가 만들어 낸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는 내가 만들어낸빨간 점에 만족해했다. 나만이 가질 수 있는 것이 있다는 것이 유쾌했다. 나는 빨간 점을 바라보며 소주를 빨았다. 간단한 술상이 뿌옇게 기억난다.

나는 여관침대에누워있었다. 누군가가 잠을 스펀지로 빨아들인 듯 슬며시 정신이 들었다. 잠과 현실의 경계선을 벗어나는데 꽤 긴 시간이걸렸다. 빨간 점을 본 이후 어떻게 여관까지 찾아왔는지 기억나지 않았다. 한밤 중인 것 같았다. 오후의 내 시간을 잃어버렸다. 여관은 붉은 조명이들어와 있었다. 어디선가 반복적인 소리가 들려왔다. 해질녘 멀리 공사장에서 들려오는 그런 소리였다. 노을을 생각나게 하는 쇳소리였다. 소리와 울림의반복이 몽환적이었다. 큰 소리로 시작해서 작은 소리로 사라졌다. 소리는 내가 혼자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나는 혼자 있다. 하지만 나는 소리를듣고 있다는 것이 안도되었다. 다른 사람도 이 소리를 듣고 있을 수 있으니까. 그러면 나는 다른 사람과 공유할 것이 있는 것이다. 나는 다른 사람들과연결되어 있었다. 담배를 찾아 물었다. 내가 뱉은 빨간 연기가 보였다. 연기가 빨간 색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다.

계속 멍하게 반복되는소리를 들었다. 내가 듣는 소리는 내 것이 되었다. 나는 그 소리 하나를 잡아 어머니에게 주었다. 다음 소리를 잡아첫사랑에게 주었다. 어머니와 첫사랑은 남과 남이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신기하게도 그 사람이 아프면 나도 아플 수 있었다. 이반복되는 소리가 언제 끝날지는 모르지만 소리가 들리면 나는 내가 아는 사람에게 소리를 나누어 주었다.

소리를 나눠주고있는데 만화영화 팜플렛이 생각났다. 주인공을 중심으로 친구도, 적도, 그 그림에는 모두 나와있다. 착한 인물들은환하게 웃고 있었다. 나쁜 인물들은 무표정하거나 쓴웃음을 지고 있었지만 모두 참석했다. 나도 내 인생에서 등장했던 인물들을 모두 모아놓고 사진을찍고 싶었다. 나에게 상처 줬던 사람들, 내가 상처 줬던 사람들 모두와 사진을 찍고 싶다.

어두운 밤 생각이계속 떠돌다가 무서워졌다. 갑자기 나만이 이 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은 아닌지 두려웠다. 하지만 어디서 나는 소린지듣기 좋은지 그 누구에게 물어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러다가 잠이 들었다. 일어났을 때, 그 반복적인 소리는 사라졌다. 목포의 모르는 거리를걷고 싶었다.

 1.24일 과제  -  A4용지 한장짜리 엽편소설. 주인공은 방안에 혼자 있습니다. 도시든 시골이든 외국이든 국내든 그것은 여러분이 맘대로 설정하시고요. 지금은 밤 12시입니다. 새벽 5시까지 정체를 알 수 없는 소리가 계속 들립니다. 그때의 심리상태, 그 상황에 어떻게 대처하는가, 그 소리에 내가 어떻게 반응하는가를 A4 한장으로 쓰십시오.

by ends | 2008/01/25 01:27 | 호랑이왕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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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구준표 at 2009/02/22 21:55

Commented by 박정휘 at 2009/04/02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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